에게 문명의 역사 크레타에서 미케네 까지

 

 

에게 문명

에게 문명은 그리스와 에게해를 중심으로 발전한 청동기 시대 문명으로, 크레타섬, 키클라데스 제도, 그리스 본토의 세 지역 문명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청동기 초기, 크레타섬에서는 미노스 문명(크레타 문명으로도 불림)이 등장했으며, 키클라데스 제도와 그리스 본토는 각기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초기 헬라딕 시대에는 키클라데스 문명이 그리스 본토까지 영향을 미쳤고, 중기 미노스 시대에는 크레타섬까지 그 영향이 확산되었다. 이후 기원전 1450년경부터 미케네 문명이 크레타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에게 문명의 주도권은 본토로 옮겨갔다.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전설로 여겨졌던 에게 문명은 1870년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아로 지목된 소아시아 북서부에서 성채와 도시를 발견하며 실체가 확인되었다. 이후 1900년, 영국의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는 크레타섬 북부 크노소스에서 '미노스왕의 미궁'으로 알려진 궁전을 발굴하며, 에게해 주변에 고도의 청동기 문명이 존재했음을 입증했다. 에반스는 발굴 중 선형문자 A와 B가 기록된 점토판 문서를 발견했으며, 1952년 벤틀리스가 선형문자 B 해독에 성공하면서 미케네 문명에 대한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에게 문명은 크게 미노스 문명과 미케네 문명으로 나뉜다.

 

미노스 문명

미노스 문명(기원전 3650년경~기원전 1170년경)은 오리엔트의 영향을 받아 기원전 3000년경 청동기 시대로 진입했다. 기원전 2000년 이후에는 선형문자 A를 사용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미노스인은 주로 해상무역에 종사하며 뛰어난 도자기 제조 기술을 보유했고, 그들의 예술은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특히 궁전 벽화의 프레스코화는 미노스 예술의 대표적 사례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준다. 기원전 1450년경 미케네인의 크레타 진출로 선형문자 A는 B로 대체되었고, 기원전 1400년 크노소스 궁전이 파괴되며 미노스 문명은 종말을 맞이했다. 이는 산토리니섬 화산 폭발로 인한 지진과 해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케네 문명

미케네 문명(기원전 1600년경~기원전 1100년경)은 기원전 2000년경 그리스 본토로 이주한 인도유럽계 그리스인이 중심이 되었다. 이들은 소규모 왕국들을 형성했으며, 미케네는 '황금의 미케네'로 불릴 정도로 번영을 누렸다. 미케네는 미노스 문화를 흡수하고 발전시켜 에게해 지역의 패권을 장악했으며, 기원전 15세기 중엽에는 크노소스를 지배하기도 했다.

미케네 문명은 상업적이고 군사적인 성격이 강했으며, 사회 구조는 국왕을 정점으로 한 귀족 전사 계층, 관료, 상인, 농민, 그리고 노예로 구성되었다. 미케네인은 제우스와 포세이돈 같은 신들을 숭배했으나 미노스의 뱀 여신에 대한 신앙도 유지했다. 그러나 기원전 12세기 도리아인의 침입으로 미케네 문명은 몰락했고, 이는 그리스 암흑기로 이어졌다.

 

트로이아 전쟁(기원전 1240~30년경)은 강대해진 그리스 본토의 소왕국들이 미케네를 중심으로 결합해 소아시아로 진출한 원정으로, 미케네의 패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미케네는 오리엔트적 전제군주제가 아닌 공유지와 사유지가 공존하는 독특한 체제를 유지하며, 그리스 사회의 중간 단계로 평가된다.